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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 약 24년 전, 제가 "수포자"가 된 이유를 드디어 알게된 것 같아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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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 약 24년 전, 제가 "수포자"가 된 이유를 드디어 알게된 것 같아요.

sync86 2026. 4. 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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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4년 전, 구입했던 "수학의 정석"을 다시 보며

2026년 04월 25일 오늘, 책장을 둘러보다가 낡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책은 "수학의 정석" 이죠.

 

2002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까지 한두 달 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당시 선생님이 이 책은 한번 읽어야 한다고 워낙 강조해서 구입했던 것 같아요.

당시 구입한 이 책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오늘 다시 꺼내보니 약 24년간 책장에서 빛이 바래버렸네요.

세월의 흔적일까요?

[그림 1] 약 24년 전, 구입한 "수학의 정석" 책 표지


저도 이 책 끝까지 다 보지는 못했지만, 앞 부분 만큼은 정말 열심히 읽었더라고요.

 

저만 그런건가요?

 

책장을 넘기며, 당시를 회상하고 있는 중,

집합 단원에 "보기 1" 집합이 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예제를 다시 한번 풀어봤으나, 틀렸습니다.

이 책에서는 (4)가 정답이라고 하네요.

 

"왜, (4)번이지?"

[그림 2] 집합 보기 1, 상당히 상당히 지저분한 페이지.

 

고등학생이었을 당시의 제가 남긴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글씨체가 워낙 지저분해서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우시겠지만, "태어난 신생아도 포함? 변화의 요소가 다소 있음?"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왜 (4)번 "한국 남자"가 정답이지?라는 의문이 따라옵니다.

  • 착한 학생의 모임
  • 아름다운 여인의 모임

위 "착한 학생"과 "아름다운 여인"는 확실히 개인별 차이가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다른 항목들에 대해서 얼핏보면 집합이 아닌 것 같은데, 세부 조건이 있다면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물론 "착한 학생"도 기준이 있다거나 "아름다운 여인"에 대해서도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기준이 있다고 반박하시면 님의 주장이 맞습니다.

 

  • 힘센 사람의 모임 (100kgf 무게를 들 수 있는 사람) 
  • 빨간 사과의 모임 (빛의 스펙트럼으로 붉은색 파장이 특정 수치 이상인 사과)
  • 한국 남자의 모임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 또는 취득한 남자)

물론 위에서 언급한 세부 조건은 오늘 풀어보다가 떠오른 생각이에요.

 

이렇게 세부조건이 있다면 "힘센 사람", "빨간 사과", "한국 남자" 모두 선택해야 정답이 아닌가? 싶었죠.

 

고등학생 입학 전 제가 남긴 메모는 "한국 남자의 모임"은 아마도 신생아이면서, 출생신고 전에 남자도 포함되는가? 였을 겁니다.

그 땐 생각이 더 짧았을 테니, 좀 더 포괄적인 생각은 못 했을거에요.

조금 더 생각해보면 어머니 뱃속에 있는 남자도 포함인가?라는 의문만 커져가는거에요.

마무리

2002년 당시의 모든 기억이 생생하진 않지만, 분명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제 생각은 같다는 점입니다.

"정답이 없다." 하지만, 세부 조건이 있다면 "힘센 남자의 모임", "빨간 사과의 모임", "한국 남자의 모임" 모두 복수 선택한 것이 정답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2002년 과거의 나, 지금의 나! 정답보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을 해소"하는게 중요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이 의문들이 납득되지 않았던 것이 제가 수학을 일찍이 포기하게 된 진짜 이유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왜?" "이게 맞나?" 생각만 했었는데, 선생님께 질문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1도 못했어요.

지금이라고 다를까요?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질문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라고 답할 것 같네요.

예상하신 반전은 없습니다.

2002년 과거의 나는 기준이 애매한 정의를 정답이라 믿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멈췄으니까요.


후일담

[그림 3] 1966년 초판 발행

 

이런 내용에 후일담이라니, 상상도 못했죠? 아무 생각없이 마지막 페이지로 넘겨 판권지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 1966 初版發行(초판발행)
  • 總改訂 第36版(총개정 제36판)

머리에 망치를 제대로 한방 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로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출간된 책이라는 점입니다.

1966년,

아마도 이 때는 해외여행 같은 것은 꿈도 못 꿀 시기였다는 점 '한국 남자'라는 정의는 지금보다 훨씬 정적이고 고정된 관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빨간 사과를 색의 스펙트럼을 분석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을 겁니다.

갑자기 생각이 복잡다난해집니다.

당시의 또는 지금의 제가 이해를 못했는지 24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수학적 머리가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이 문장이 쓰인 당시의 '맥락'을 몰랐기 때문에 포기할 정도로 더 막막하게 느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2002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과거의 나, 그리고 2026년 세월이 흐른 지금의 나! 회상이 교차하는 오늘.

낡은 정석 책 한 권이 저에게 꽤 묵직한 질문을 던져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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